[사설] 교육정책을 혁명하듯 뒤집지 말라

입력 2010-06-18 17:40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민노당에 가입한 전교조 교사 18명의 경징계를 요구했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는 하되 경징계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사의 정당 가입은 관련 규정 상 감봉·견책 같은 경징계가 아니라 파면·해임 같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앞서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충북 교육감은 규정에 따라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김 교육감의 경징계 요구는 규정을 위반함은 물론 타 지역 징계 교사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

이런 엇박자는 김 교육감의 이른바 진보 성향에서 비롯됐다. 김 교육감은 작년에도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해 교과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다수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기존 교육정책을 뒤집는 일들이 벌어질 것임은 불을 보는 듯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경우 취임준비위 인력으로 시교육청에 요청한 교사와 행정직 대부분이 전교조 소속이다. 동참 제의를 받은 교총은 이를 확인하자 회원 교사 파견 계획을 철회했다. “전교조와 교총을 모두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던 곽 당선자의 약속은 처음부터 빈말이 됐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교원평가제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도 ‘곽노현 효과’라 하겠다. 6·2 지방선거를 “일제고사와 교원평가로 대표되는 MB식 무한경쟁 교육에 대한 심판”이라고 주장한 홍보 문건 ‘교원평가 폐지투쟁’이 이를 입증한다.

전교조 서울지부의 당면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동료 평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원평가제도에서 교사 간 평가를 없애고 학생 중심 평가로 바꾸겠다는 곽 당선자의 발언과 통한다. 시대는 평가 없는 조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상·하향 평가, 외부 평가와 더불어 내부의 수평 평가를 뺄 수 없다. 학교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잃은 채 타성에 젖어 있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동료 교사들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막무가내로 기존 교육 정책과 교육 현장의 규칙을 뒤흔든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교육감은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선의의 관리자여야지 자신을 혁명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