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부자들의 ‘기부 바이러스’
입력 2010-06-18 17:40
80대 노부부인 조천식·윤창기씨가 100억원대 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어제 기부했다. 지난해 8월 이웃인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이 300억원대 재산을 KAIST에 기부했다는 사실에 고무돼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하게 됐단다. ‘기부 바이러스’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하는 흐뭇한 소식이다.
자선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행위, 즉 기부는 사회를 새롭게 한다. 주는 손길과 받는 마음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부는 또 다른 기부를 낳는다.
조천식·윤창기씨는 재산을 사회복지 사업에 쓸지, 교육 사업에 쓸지 고민했다고 한다. 애써 모은 재산을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쓸 곳을 고민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로 없다. 금전만능주의로 팽만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하는 마음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보여줬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기부와 자선사업 등이 사회지도층을 평가하는 사회적 덕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멀리는 카네기 재단과 록펠러 재단을 비롯해 최근엔 400억 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 MS 전 회장,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등이 줄을 잇는다.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포천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 부부와 버핏 회장이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선언을 제안하자 4명이 이에 동참했다. 게이츠와 버핏이 앞장서서 퍼뜨리고 있는 ‘기부 바이러스’는 기부문화를 한 차원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기부문화가 성숙한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도 기꺼이 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기부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부로 학비를 지원받아 자란 사람은 나중에 학자금 기부자가 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앞으로 더 많은 조천식·윤창기씨가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