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문학소년, 마침내 소설가 꿈 이루다
입력 2010-06-18 17:38
한승원 자전적 장편 ‘보리 닷 되’
소설가 한승원(71)이 작가의 꿈을 불태우던 자신의 청년기를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보리 닷 되’(문학동네)를 펴냈다.
“내 영혼을 시커먼 놈에게 저당 잡히고 쓴 소설”이라고 밝힌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고교 시절부터 등단하기까지의 일화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유년기를 다룬 ‘해산 가는 길’(1997)에 이어 10여년만에 이어붙인 스토리 전개는 더욱 흥미롭다. 그의 말대로 소설의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대부분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승원은 고교시절 시인과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소년이었다. 그는 교련시간에 빠지기 위해 가입한 취주악대반에서 클라리넷을 불면서 위안을 얻고 문학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친구들은 승원이 문학적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하다며 꿈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운명적으로 소설가가 되기는 틀렸다’는 친구의 말에 실망하고 방황을 거듭하지만 그는 문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첫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친구의 동생 초영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승원이 문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자 그녀는 이별을 통보한다.
우여곡절 끝에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간 승원은 밤을 새워가면서 시와 소설을 써 신춘문예와 잡지사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낙방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다녀 온 뒤 결혼한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응모한 신춘문예에서 마침내 당선의 기쁨을 맛본다. 숱한 좌절을 딛고 마침내 소설가의 꿈을 이룬 것이다. 소설의 제목 ‘보리 닷 되’는 가난한 시절의 인생밑천이자 꿈을 담은 씨앗을 뜻한다.
승원이 삶의 기로에 섰을 때마다 그를 이끈 존재는 ‘내 속의 시커먼 놈’이었다. 작가는 “소설에 언급된 ‘시커먼 놈’은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힘이었다. 내가 어려웠을 때 나를 일으켜주고 난관을 헤쳐나올 수 있게 한 생명력이었다”면서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와 근성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역경과 방황을 건너 오늘에 이르렀는데 젊은 시절을 돌아보니 굉장히 아름답고 슬프고, 보석처럼 값진 음화들로 다가온다”고 이렇게 덧붙였다. “소설에는 젊은 시절 방황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이겨낸 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특히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읽고 자신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15년 전 서울을 등지고 고향인 전남 장흥 바닷가로 내려가 해산토굴이란 택호의 집에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