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코트·레인부츠·고무가방… 장마철 멋쟁이 코디 이렇게
입력 2010-06-18 17:39
“저를 장화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럼? “레인부츠예요.” 푸핫. “저도 비옷이라는 촌스런 이름은 버렸어요.” 그래? “레인코트에요.” 허걱.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이들도 며칠씩 작달비가 쏟아지는 장마는 ‘오! No’다. 그런 불청객이 올여름에는 일찍 온다니 달갑잖을 수밖에 없다. 어쩌나? 어쩌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떻게? 신상품들이 즐비한 매장에 나가 보라. 길이 보일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비올 때마다 챙겨주었던 장화와 비옷이 숙녀화와 숙녀복 코너에 떠억 하니 자리를 잡고 있을 터. 자칭 레인부츠를 한번 보자. 하이힐에 올여름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웨지힐(통굽)도 있다. 또 앞부분에 끈을 쪼르르 묶어 멋을 낸 레이스업 스타일도 있다. 발목까지 오는 부티도 눈길을 끈다. 이 정도면 장화가 넘볼 수 없는 모양새다. 부츠 맞다. 물론 물웅덩이에 맘 놓고 뛰어들어 철벅철벅 발장난을 칠 수 있게 도와주던 어린 시절 그 장화와 꼭 빼닮은 것들도 있긴 하다. 그런 것들도 색상과 무늬가 화사해졌다. 보라 핑크 초록에 체크무늬 꽃무늬 호피무늬까지 있다.
레인코트는 어떨까? 그 옛날 ‘비니루’ 비옷보다 확실히 멋있어졌다. 어깨 견장은 기본, 망토스타일까지 있다. 색상도 빨강 노랑 핑크 연두 바이올렛 등 다양하다. 우산도 예술이다. 땡땡이 꽃 곰돌이 키티 등 귀엽고 예쁜 프린트로 치장했다. 뿐만 아니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클림트의 키스가 프린트된 우산들은 비 오는 날 골목길을 갤러리로 만들고도 남겠다. 단색 우산들은 프릴(주름), 레이스를 달아 잔뜩 멋을 냈다. 가방도 비에 젖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하다. 고무로 만든 가방들이 있어 비를 맞아도 끄떡없겠다.
이만하면 장마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올 여름 멋쟁이 여성들은 장마 때 더 빛나겠다. 홍보대행사 엑서스 김소연(26)씨도 요즘 예년과 달리 비를 기다리게 됐단다.
“요즘 필립스 제모기 홍보를 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지난 수요일 백화점 여성복과 패션 잡화 코너를 돌다 ‘지름신’이 강림한 거죠.”
레인 부츠와 레인코트, 또 방수 100% 가방과 예쁜 우산까지 마련했으니 아침마다 ‘언제 비오나’ 하늘만 쳐다본다고 했다.
올 여름 멋쟁이들에게 ‘잇 아이템(꼭 마련해야 하는 품목)’으로 꼽히는 레인부츠를 고를 때 가장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은 역시 방수다. 아무리 멋져도 물이 샌다면 레인부츠로선 낙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레인부츠 소재는 대체로 두 가지. 천연고무와 폴리염화비닐(PVC). 천연고무는 방수 기능이 탁월하고, 유연성이 좋아 추운 날씨에도 딱딱해지지 않는다. 겨울에도 워머와 함께 신으면 부츠로도 활용할만하다. 하지만 값이 비싼 게 흠. PVC에 비해 2∼3배 비싸다. 여름철 자주 신고 겨울에도 튀는 멋을 즐기고 싶다면 투자할만하다. PVC 소재 레인부츠도 방수는 잘 되지만 자칫 잘못 고르면 무게가 꽤 나간다. 신고 매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결정해야 후회 없다.
고무로 만들었으니 통풍은 잘 안된다고 봐야 한다. 발에 땀이 많이 나거나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무릎까지 오는 레인부츠는 피하는 것이 좋다.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미디움이나 부티가 안성맞춤. 금강제화 드레스 제화 파트 MD 구승희씨는 “무릎길이 레인부츠는 자신의 신발보다 한 사이즈 큰 것을 택하면 통풍에도 좋고 편하게 신을 수 있다”면서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면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고 일러준다.
레인코트는 완전 방수와 생활 방수 제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디앤샵(www.dnshop.com) 패션잡화 담당 홍지선MD는 “우산 원단과 같은 폴리에스테르 100%나 면에 코팅을 해 완전 방수 처리를 한 레인코트는 빗물을 완전히 차단해준다”고 했다. 완전방수 제품은 비올 때는 그만이지만 평소 입기는 어렵다. 쿨 울이나 폴리에스테르와 라이크라 혼방 소재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방수처리한 생활방수 제품은 빗줄기가 거세면 살짝 젖을 수도 있지만 평소 입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모그 디자인실 나효진 실장은 “레인코트는 원색 또는 네온 컬러가 좋은데, 비비드(선명)한 컬러는 색 자체만으로도 튀기 때문에 레인부츠, 우산, 가방 등을 고를 때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장느낌을 원한다면 우산 가방 레인부츠를 다소 어두운 색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파스텔톤으로 코디해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