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후임 목회자 청빙관련 교계 목소리… 성도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 선정기준 있어야
입력 2010-06-18 17:21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최근 속속 후임 목회자를 선정하면서 목회자 청빙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하루아침에 청빙한 교회에 담임목사를 내줘야 하는 교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현행 청빙 제도와 후임 목회자 자격 등에 대해 목회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는 “후임목사를 청빙하는 교회는 다른 교회도 하나님의 교회인 만큼 그 교회의 유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목회자가 ‘나는 평생 이 교회에만 있어야 한다’라거나 교인도 ‘내 교회, 내 목회자만 제일이다’라고 하는 것은 자칫 교회나 목사도 우상이 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개월에서 1∼2년씩 순회 목회를 했던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청빙을 받고 목회지를 옮기는 것도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는 “현행 청빙제도하에서는 혈연이나 지연, 학연에 얽매일 가능성이 크다”며 청빙하는 교회는 후임목사에 대해 분명한 객관적 자격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객관적 자격’으로 사도행전 6장의 일곱 집사를 꼽았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아닌 교회에 적합한 인물을 고르고, 모든 교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자격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후보목사를 한두 번의 설교만 맡기고 평가할 게 아니라 제직회 세미나나 전교인 수련회에도 참석케 해야 한다”며 “그럴 때 교인들은 목회자의 내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 다사랑침례교회 유상채 목사는 “후임 목회자를 선택할 때 1차적으로 이력서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학력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목회자보다는 교인들이 그런 목회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임목사를 고를 때 목회자의 영성이나 인격, 세계관 등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교회 내에도 인간적 기준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임 목회자의 첫 번째 자질로 김명혁 목사는 약함과 착함을 꼽았다. 목회자가 약해야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고, 목회자가 착할 때 교인들의 유익을 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3년 전 강변교회에 부임한 허태성 목사는 올 초 교인들의 90% 이상 지지를 얻어 위임목사(정식 담임목사)가 됐다. 김 목사는 “전임목사는 교인들에게 후임목사와 전임목사는 은사가 다르다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그럴 때 교인들은 전임목사와 후임목사를 비교하는 오류를 덜 범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