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스탈린이 마오쩌둥 이용했다”
입력 2010-06-18 00:21
한국전쟁은 북한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소련의 스탈린이 승인하면서 초래됐으나 스탈린은 전쟁 발발 책임을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슬그머니 떠넘겼다는 학계의 주장을 환구시보 영문판이 17일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구소련 붕괴 후 공개된 비밀문서를 인용한 저서 ‘마오쩌둥, 스탈린과 한국전쟁’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한 선즈화(沈志華) 화동사범대 교수를 전면 인터뷰했다.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가 인터뷰 형태로나마 이런 주장을 실은 것은 이례적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교과서 등에서 한국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선 교수는 “김일성은 지속적으로 스탈린과 마오쩌둥에게 남침 승인을 요청했으나 소련과 중국 모두 처음에는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중국은 자국의 (대만과의) 통일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선 교수는 “하지만 1950년 1월 스탈린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김일성을 모스크바로 불러 비밀회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남침을 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개입하기에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김일성의 판단에 동조하면서 남침 계획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선 교수는 “스탈린은 그러나 김일성에게 남침 계획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동의 없이 수행될 수 없으며 미국이 개입하면 소련은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김일성이 중국을 다시 찾아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고 부언했다. 선 교수는 “마오쩌둥은 (남침과 관련해) 소련과 북한의 공동 입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이 개입하면 중공군을 보내 북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선 교수는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전쟁은 소련과 북한의 아이디어였으나 스탈린은 이에 대한 책임을 마오쩌둥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