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못 따라잡겠다, 너무 현란한 ‘탱고’…

입력 2010-06-18 00:30

명불허전(名不虛傳). 아르헨티나는 역시 아르헨티나였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자블라니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들의 드리블은 부드러웠고 패스와 슛은 빠르고 정확했다.

대한민국 선수들도 부끄럼 없이 싸웠다. 전반에 2골을 먼저 실점했음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후반에 2골을 더 내줬으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물러섬이 없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아르헨티나는 한국 진영에서 탐색전을 벌였다. 테베스(맨체스터시티)와 디마리아(벤피카)는 2대 1 패스를 활용하며 왼쪽 측면을 노렸고, 메시 역시 특유의 드리블로 한국 수비진을 휘저었다. 10분이 경과했을 때 볼 점유율은 76%대 24%일 정도로 일방적인 아르헨티나의 흐름이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는 성급한 공격을 시도하진 않았다. 한국 역시 하프라인 절반만 사용하다시피 하며 아르헨티나 공격의 강도를 가늠하는 모양새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탐색전이 벌어질 것만 같았던 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 메시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한국 문전으로 날아들었다. 메시의 발끝을 떠난 공은 수비 진영에 서 있던 박주영(AS모나코)의 오른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첫 득점을 올린 아르헨티나는 공세를 강화했고 전반 33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역시 세트 피스 상황에서 로드리게스가 올린 크로스가 헤딩 패스를 거쳐 결국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의 골로 이어졌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기다리던 만회골이 터졌다. 상대 수비수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볼 처리를 머뭇거리는 사이 이청용(볼턴)이 쇄도하며 볼을 빼앗은 뒤 골키퍼를 앞에 두고 침착한 슛을 성공시켰다.

전반을 1-2로 끝낸 한국은 후반 들어 공세를 강화했다. 아르헨티나 수비는 다소 당황한 듯 거친 수비를 펼치다 구티에레스(뉴캐슬)와 마스체라노(리버풀)가 잇따라 경고를 받았다.

후반 13분 염기훈(수원 삼성)의 발끝에 절묘한 패스가 연결됐다. 그러나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 상황에서 때린 염기훈의 슈팅은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던 아까운 찬스였다.

한동안 한국의 공세에 주춤했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 이후 세계 정상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31분과 35분 이과인이 잇따라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과인은 이번 월드컵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더 이상의 변명이나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완패였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