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한국의 험난한 16강 도전사

입력 2010-06-17 22:34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원정 월드컵 16강’은 아직까지 발길이 닿지 않은 영역이다. 그만큼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월드컵 무대의 만만한 동네북은 아니다. 비록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에 지긴 했지만 경기력은 대등했다. 과거엔 축구 열강들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기를 바랐다면 지금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상대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피나는 노력과 경험이 축적된 덕분이다. 사상 첫 본선 무대였던 1954년 스위스월드컵. 전쟁에서 막 벗어난 가난한 나라의 대표팀은 등번호도 없는 유니폼을 입은 채 시합 직전에서야 스위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첫 경기 헝가리전에서 0대 9로 참패했고 2차전 터키전도 0대 7 패배. 1차전 1만7000명이던 관중은 2차전 2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 경기였던 셈이다.

32년 만에 다시 찾은 월드컵 본선 무대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오랜만에 나온 탓에 몸이 굳어서였을까,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18분 만에 두 골을 내줬다. 하지만 후반 28분엔 박창선의 월드컵 첫 골이 터진다. 비록 1대 3으로 졌지만 의미 있는 승부였다. 하지만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선 1대 1로 무승부를 기록,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점을 따냈다.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선 2대 3으로 안타깝게 무릎을 꿇으며 1무2패에 그쳤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맹주로 등극, 월드컵 본선 무대쯤은 빠지지 않고 진출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세계무대 벽은 여전히 높았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선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3패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선 강호 스페인,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과는 2무1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1998년은 잊고 싶은 기억이 가득한 월드컵이다. 멕시코와의 1차전에선 하석주가 전반 27분에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넣었지만 1분 후 의미 없는 태클로 퇴장당하는 바람에 결국 1대 3으로 졌다. 이은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선 0대 5로 크게 졌고 당시 차범근 감독은 현지에서 물러나는 수모마저 당했다.

한국은 2002년 4강 신화의 기세를 몰아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와의 1차전에서 2대 1로 이기며 사상 첫 원정승을 기록했다. 세계 최강 프랑스와도 1대 1로 비기며 2002년 4강의 저력을 입증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0대 2로 패하며 원정 16강 진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원정승 등을 통해 한국 축구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0년. 아직 나이지리아전이 남아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