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BP…“200억달러 내놓을 것”
입력 2010-06-17 18:44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납작 엎드렸다.
BP는 16일(현지시간)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200억 달러(24조원)의 기금을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P는 또 6개월간 심해저 석유시추 프로젝트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시추 기술자들을 위해 별도로 1억 달러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BP 경영진을 불러 3시간 넘게 마라톤 면담을 가진 뒤에 나온 조치들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BP가 내놓는 200억 달러는 보상액의 상한선이 아니며, 이 기금을 조성했다고 개인 및 주정부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피해 확산에 따라 보상 규모가 더 늘 수도 있고, 개인 등이 BP를 상대로 법적 보상을 더 요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200억 달러 기금은 케네스 파인버그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BP가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스호 원유유출 사고 후에도 보상 범위를 둘러싸고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완전 보상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었다. 그래서 아예 백악관이 보상 작업을 전적으로 관장하게 된 것이다.
백악관은 보상 기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4일 BP에 서한을 보내 200억 달러 기금 조성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BP 경영진은 백악관 회동에 앞서 피해보상 기금 규모와 운영방법에 관해 비공개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칼 헨릭 스반베르 BP 회장은 경영진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유유출에 대해 미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같은 BP의 저자세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의 강도 높은 비난은 물론 엄청난 여론의 분노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