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카라바조 死因은 납중독, 伊서 추정 유골 조사… 400년만에 미스터리 규명

입력 2010-06-17 18:43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1573∼1610)를 둘러싼 죽음의 비밀이 400년 만에 풀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카라바조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굴해 조사한 결과 납 중독에 의한 사망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카라바조가 사망한 토스카나 지방의 해안도시 포르토 에르콜레의 지하무덤에서 지난 5월 유골을 발굴했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과 DNA 검사를 통해 두개골 일부분, 턱뼈, 대퇴골, 등뼈가 85% 정도 카라바조의 것으로 추정됐다. 유골에서는 인간을 광기에 빠지게 할 만큼의 고농도 납이 검출됐고, 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미켈란젤로 메리시가 본명인 그는 태어난 고향마을 이름을 따 ‘카라바조’로 불렸고, 39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길거리 싸움은 물론 살인까지 저질렀고, 창녀들과 지냈다. 그의 사인을 두고 학자들은 말라리아, 매독, 복수 등 다양한 추론을 제기했다. 종교화에 뛰어난 그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잘 표현해 근대 사실화의 길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장 실바노 빈첸티는 “납은 카라바조가 그렇게 싫어했던 자신의 그림에서 나온 것 같다”며 “그는 납에 감염된 상처가 있었고, 일사병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