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골 가뭄 무기력한 경기…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입력 2010-06-17 21:29
남아공월드컵 초반, 기대를 모았던 슈퍼스타들이 이름값을 못해 축구팬들을 아쉽게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윙 포워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였다. 자블라니의 강한 반발력은 감아차는 슈팅을 즐기는 선수보다 쭉 뻗는 슈팅을 선호하는 호날두 같은 선수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주특기 ‘무회전 프리킥’이 한층 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15일 벌어진 코트디부아르와의 G조 첫 경기에서 프리킥을 전담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호날두는 슈팅 3개(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평소 슈팅을 아끼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활약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다운 모습은 전반 10분 아크 정면 23m 부근에서 때린 대포알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것이 유일했다.
브라질의 ‘하얀 펠레’ 카카(레알 마드리드)는 16일 북한의 질식수비에 체면을 구겼다. 이 경기에서 슈팅은 단 1개에 그쳤다. 브라질은 상대 밀집수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그의 창의적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골잡이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13일 미국전에서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로 유효슈팅 2개 포함, 4차례 슈팅을 날렸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같은 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는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기대를 모았던 호쾌한 중거리 슈팅은 실종됐다. 게다가 프랭크 램퍼드(첼시)와 포지션이 겹쳐 소속팀에서와 같은 정교한 패스도 보이지 않았다.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는 오른팔 부상의 여파로 포르투갈전 선발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줬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되긴 했지만 소속팀 첼시에서와 같은 폭발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에 늘어선 별들은 조별리그 최대 이변의 희생양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스페인은 17일 새벽 끝난 스위스전에서 0대 1로 무릎 꿇었다. 슈팅수 24대 8, 공 점유율 63대 37, 패스 횟수 446대 156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의 단 차례 역습에 무너졌다. 축구팬들은 사비(바르셀로나)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자로 잰 듯한 패스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와 같은 특급 골잡이들에게 물 흐르듯 연결돼 골 가뭄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