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정치적으론 멀지만 신앙안에선 형제”

입력 2010-06-17 18:37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더욱 예수님 뜻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서 하게 됐습니다.”

한국을 찾은 러시아인 두 목사의 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내 최대 규모 선교단체인 방파선교회(회장 정종성 장로)가 35주년을 맞아 17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개최한 제10차 서울세계선교대회 현장에서다. 방파선교회가 전 세계에 파송한 38가정 중 이 행사를 위해 일시 귀국한 27가정 선교사들과 이들을 후원해 온 수백명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며 두 목사는 거듭 놀라움을 표했다.

미하일 바라노프(43) 목사는 러시아복음주의 교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대표다. 교단과 협력 관계인 방파선교회의 초청으로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은 바라노프 목사는 “한국의 세계 선교는 하나님이 오늘날에 행하시는 기적”이라면서 “자기를 위해 사는 것도 힘든 세상에 하나님을 위해, 세계를 위해 건강과 시간과 물질을 들여 사역하는 선교사와 후원자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여천제일교회(박병식 목사)가 세우고 후원하는 러시아 현지 교회인 무첸스크 교회에서 시무하는 슬라바 에르숍(38) 목사는 “손님이라고 느끼지 않고 마치 집에 온 듯하다”면서 “신앙 안에서 형제가 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한국인들처럼 복음 전파에 대한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기억하도록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온 스베타 바라노바(40), 라우라 에르쇼바(32) 사모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 따뜻한 기독교인들이 가득한 나라인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인솔한 이정권(53) 선교사는 아내 유영희(53) 선교사, 아들 요한(22)씨와 함께 17년째 모스크바에서 사역해 오고 있다. 현재는 40여 가정의 선교사를 대표하는 모스크바 한인선교사회장을 맡고 있다. 이 선교사는 러시아의 선교 현황에 대해 “비록 기독교인 비율이 1%대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좋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정교회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한국의 대표적 교회들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정교회 대표를 한국으로 초청해 세미나 토론회 등을 하고, 한국에 러시아정교회 건물을 세우는 문제를 도와준다면 러시아에서의 선교는 물론 한·러 외교관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