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천교회, 색다른 월드컵 응원전 눈길… 교회서 울려퍼진 그 함성, 나눔이 되다

입력 2010-06-18 01:10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오 대한민국∼ 오오오오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17일. 서울 신촌 창천교회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월드컵 분위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창천교회 백주년기념관은 비디오방과 주점이 넘쳐나는 신촌 대학가에 건전한 기독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지난 3월 마련된 공간이다.

이날 ‘함께 응원해요! 2010 남아공월드컵!’ 행사엔 200여명이 참석했는데, 그 가운데 35명은 친구 초청이거나 행사 포스터를 보고 참여한 비신자였다. 교회는 월드컵 응원을 위해 327㎡의 지하 공연장에 가로 4m, 세로 3m짜리 200인치 LED 모니터를 설치했으며 음악회와 먹거리를 준비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베이스기타, 드럼, 신시사이저, 가야금, 해금, 태평소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밴드 ‘더 오프너스’가 한국 전통의 선율로 분위기를 띄웠다. 창천교회 서호석 담임목사의 식사기도 후 참석자들은 참치 샌드위치와 게살롤, 파스타 샐러드, 깨찰빵 등을 함께 들며 입안의 즐거움도 누렸다.

이번 응원전의 참가비는 5000원이다. 교회는 수익금 전액을 소외된 청소년에게 악기를 사주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뮤지컬 연습 등 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사용한다.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는 셈이다.

이어 ‘미스고 밴드’가 나와 ‘오 필승 코리아’ ‘챔피언’ 등을 부를 땐 남녀노소가 하나 되어 지하 공연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형 모니터를 보며 본격적인 응원전에 들어갔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 밥상에 둘러앉아 한 가족이 된 참석자들은 태극전사들의 몸짓에 따라 함성과 탄식을 내놓았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1대 4로 패하자 참석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16강 진출 가능성이 충분히 남았다고 서로 위로하면서 나이지라전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여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참석한 지진영(37·여)씨는 “교회에 다니진 않지만 또래 학부모들이 함께 참석하자고 해 기분 좋게 응원했다”면서 “음악회와 음식 등 많은 준비를 한 게 눈에 띈다. 교회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밥은 결국 생명이며,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경험을 통해 막힌 담이 허물어지고 소통을 체험하게 된다”면서 “문화 사역은 단지 문화를 복음 전파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1995년부터 15년째 예배당을 개방하고 ‘문화쉼터’를 통해 매주 영화 시사회와 착한노래 만들기 공연, 라디오 공개방송, 큐티 콘서트 등을 진행해 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