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남매만 사는 집에 가출 중학생들 주인행세·성폭행… 이웃은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10-06-17 18:33

가출한 중학생들이 어린 남매만 사는 집에 들어가 살면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잇따라 성폭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결손 가정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가출 청소년의 관리 소홀 등이 화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17일 군산 모 중학교 3학년 A군 등 3명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학교 친구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각각 2∼3차례씩 모두 7차례 군산 시내 B양(12·초6)의 집에서 B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8월 같은 아파트에 살아 평소 알고 지내던 B양의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 B양을 성폭행했다. 이후 올 3월 중순 친구 C군과 함께 집을 나온 뒤, B양의 집에 들어가 아예 한 달 동안 살았다. B양은 어머니가 몇 년 전 가출한 데다 중병을 앓던 아버지마저 장기 입원하면서 남동생과 둘만 생활하고 있던 터였다.

A군 등은 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B양에게 각각 두 차례씩 몹쓸 짓을 했다. 이 기간 같은 아파트에 사는 D군도 이따금 놀러와 B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A군 등은 B양의 동생이 “나가라”고 하자 “건방지다”며 주먹 등으로 때리고 용돈을 빼앗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지만 남매는 이들의 강압에 눌려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B양의 아버지는 지난 4월말 지병으로 사망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들 남매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70만∼90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출 학생들이 남매의 집에서 버젓이 주인행세를 해왔지만 학교나 가족, 아파트 이웃 누구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피의자 가족이 아들의 가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교 또한 이들의 행태나 생활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중학생들도 부모가 장애인이거나 암 환자 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생들의 비행은 뒤늦게 드러났다. 상담차 B양 집에 들른 사회복지사가 B양의 인척에게 “아이들만 있는 집에 남자들이 마구 드나든다”고 알렸고, 이 인척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상대로 이들의 여죄를 캐고 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