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문’ 진실공방… 인권위 “앞사람 진술내용 전달 안해”
입력 2010-06-17 18:31
피의자 가혹행위로 고발된 경찰관들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유도질문으로 의혹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경찰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일축했다.
의혹이 불거진 뒤 대기발령을 받은 이해식 전 양천경찰서 형사과장은 17일 “인권위가 구속수감 피의자들 중 답변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앞 사람은 이렇게 진술했다’며 답변을 유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과장은 “피의자 진술로만 조사결과를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검찰에서 무혐의가 입증되면 정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천서는 인권위가 경찰의 해명 자료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양천서는 지난달 말 인권위 요청에 따라 형사과 강력5팀의 지난해 수사기록을 모두 전달했지만 ‘자료가 부분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로 사유서 제출을 인권위로부터 요구받았다. 이 전 과장은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물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유도 질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최재경 인권위 조사총괄과장은 “유도 질문은 전혀 없었다”며 “이 전 형사과장이 우리의 조사 과정을 지레짐작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불편사항이 있었느냐’ ‘인권 침해 사항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뿐 앞 사람의 진술 내용을 전달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술만으로 조사결과를 꾸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고문 증거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한편 인권위는 양천서뿐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피의자 고문 의혹이 제기될 경우 조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돈 인권위 조사국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진정이 많이 접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21일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양천서 강력5팀 형사 5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경원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