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백화점들의 얄궂은 상생 약속

입력 2010-06-17 18:30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AK플라자 등 5개 백화점이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했다. 하지만 시점이 얄궂다. 5개 백화점 대표는 1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열고 2500여개 납품업체에 총 5441억원을 지원하고 현금결제 확대, 우수사원 해외연수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협력회사 상생기금 150억원을 조성하고 갤러리아는 축산 직거래업체에 생산 장려금 1억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5곳 모두 금융기관과 연계해 협력사 대출(5290억원)을 지원한다.

협약에는 납품 대금의 현금결제 비율을 100%(AK플라자는 97%)로 상향조정하고 대금지급 기일을 45∼60일에서 15∼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교롭게도 공정위는 현재 국내 대형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몰, 대형 가맹업체 48개사를 대상으로 납품업체와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면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결과 판매 수수료 부당인상, 판촉행사 참여 강요 및 비용 전가 등 부당거래 혐의가 포착된 업체에 대해선 자율시정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계획 제출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이 공정위 조사를 무디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겠지만 좋은 일 하고서도 그 시기가 묘해 진의가 왜곡 받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있는 그대로 봐 달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