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긴 아파트 전세가 다시 들썩… 강남구 등 일부 지역 방학 학군 수요 형성된 듯
입력 2010-06-17 21:13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군 수요가 미리 움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전세가격의 급등은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전체 전세금 변동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봄 이사철을 맞아 급등했던 전세가격은 한동안 잠잠했으나 최근 들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격의 상승은 월세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부동산114는 6월 둘째 주 서울 전세금 변동률이 -0.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구가 0.31% 하락한 것을 비롯해 9개 구의 전세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는 0.06% 상승하며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광진구와 강동구 역시 6월 둘째 주 전세금이 각각 0.06%와 0.04% 상승했다.
서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12㎡ 전세가격은 5월 말 3억9000만원 정도였으나 이달 중순 들어 4억5000만원 내외로 올랐고, 반포 자이 115㎡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5억8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6억원선에서 형성됐다. 분당 시범한양아파트 109㎡ 전세가 역시 5월 말 2억2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학군 수요가 움직이며 은마아파트의 경우 면적별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 전세금이 올랐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대치동 등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 지역의 경우 방학을 맞은 유학생 입국 수요가 미리 움직였다”며 “강남구의 상승이 광진구 등 인근 지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초 겨울방학 기간 동안 인기 학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한 것을 경험한 수요자들이 미리 전세를 구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금 상승에 따라 세입자가 재계약을 포기해 전세 물건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의 경우 2008년 리센츠, 파크리오 등 2만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4억원 안팎을 기록하던 잠실 일대 전용 84㎡ 아파트의 전세금이 2억원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 포기로 물량이 나오고 있다.
에덴부동산 김치순 사장은 “전세금이 회복되면서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 시장도 양극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입주 물량이 풍부한 서울 강북 및 수도권과 입주 물량이 전무하지만 학군 수요 등 유입 수요가 큰 강남의 전세 시장의 차이가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