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내가 黨 대표 되면 대통령에 불편만 주고 국민에 면목도 없어”

입력 2010-06-17 21:28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병가(病暇)’를 내고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본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박 전 대표는 피치 못할 경우 사유를 적어 국회사무처에 제출해 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불참 사유로 병가를 적어낸 것이다. 친박계는 물론 쇄신파 초선의원들로부터 7월 전당대회 출마를 강하게 종용받고 있는 터여서, 그가 모종의 결단을 내리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측근은 “병은 아니고, 몸이 조금 좋지 않아 삼성동 자택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전대 불출마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부산지역 친박계 의원 등 8명과 16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다. 박 전 대표는 “천막당사 시절과 지금은 환경이 너무 다르다. 내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해서 선택 받았고, (한나라당이) 정권도 창출하고 총선에서도 압승했는데 또 나가서 기회를 달라고 하기엔,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2004년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당시 대표를 했던 것과 지금의 여당 대표를 맡아야 하는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와 대통령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박근혜와 이명박이 싸운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고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미디어법, 미국산 쇠고기 수입, 세종시 문제를 예로 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인데 마치 대통령하고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본다”며 “대표를 맡아 정책에 바른 소리를 하면 또다시 갈등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당헌·당규상 당·정 분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도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정 분리) 여건과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대에 나가 당 대표를 한들,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오히려 화합을 하려다가 더 나쁜 모습으로 비쳐질까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