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데…’ 불지피는 박근혜 추대론

입력 2010-06-17 21:28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거듭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그를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홍사덕 의원 등 친박계뿐 아니라 친이계를 비롯한 초선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 전대 출마론은 홍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홍 의원은 17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전 대표 출마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6·2 지방선거 결과에 담긴 메시지는 대통령은 국정수행 방식을 바꾸고 당과 화합하라는 것”이라며 “친박계와 친이계가 화합하지 못하면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내놓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내가 원내대표라서 출마를 꺼린다면 기꺼이 물러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최근 친박계 의원들에게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가 ‘박근혜 출마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친이·친박 갈등 요인인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만큼 이제 화합하는 게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양측 갈등이 계속되면 친박계 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란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말라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쇄신파 초선 의원 상당수도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열린 초선 쇄신 모임에서도 ‘박근혜 역할론’이 화두였다.

친이계 신성범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개인적 고집을 꺾고 이번 전대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하며, 초선들이 출마를 종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립 성향의 권영진 의원은 “초선이 박 전 대표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고, 황영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대에 안 나오면 친이·친박 갈등은 고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6.2 지방선거 패배를 경험한 상당수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없을 경우 차기 총선에서 낙선할 것이란 불안감을 갖고 있다. 결국 박 전 대표 추대 움직임에는 친박계와 친이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는 셈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