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꼭 필요한 곳에 써주세요”… 老부부, 100억 상당 부동산 기부
입력 2010-06-17 21:11
노부부가 평생을 모은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조천식(86) 윤창기(82)씨 부부는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부터 부부의 재산을 이웃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이웃에 사는 서전농원 김병호 회장이 지난해 8월 KAIST에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쾌척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곧 김 회장의 기부 취지와 사연을 듣고는 사회사업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KAIST에 기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조씨는 “1973년 받은 퇴직금과 아끼고 절약해 마련한 자금 등을 더해 서울 역삼동과 천안의 땅을 사게 됐는데 37년 동안 갖고 있었더니 지나온 세월이 보태져 큰 금액으로 변했다”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한 분야에 누구도 넘보지 못할 1인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인 윤씨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을 때는 들판에 초록색 풀은 다 뜯어 먹어야 될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며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평생을 절약하며 열심히 저축하고 살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휘문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부장, 이사 등을 지내고,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부부는 한사코 기부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다. 윤씨는 “그냥 조용하게 기부하고 싶었다”며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도 “우리 부부의 기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돼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KAIST가 꼭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써 국부를 창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AIST는 부부가 기부한 발전 기금을 녹색교통대학원 설립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는 부부의 숭고한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이 대학원을 ‘조천식 녹색교통대학원’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