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대부분 박빙 승부…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입력 2010-06-17 18:06

초반만 봐선 이상한 월드컵이다. 경기 대다수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였다. 그런데 재미는 없다. 90분 내내 긴장감 있는 경기가 많지 않아서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조별예선 1라운드 결과를 보면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1라운드 16경기 중 2점 차 이상 승부는 한국-그리스전을 포함해 3경기뿐이다. 나머지는 1골 승부였거나 무승부였다. 오직 독일만이 호주를 4대 0으로 대파하며 전통의 강호임을 입증했다. 네덜란드는 2대 0으로 승리했지만 1골은 상대 자책골이었다.

박빙 승부가 많아진 이유는 세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5위로 참가국 중 최약체인 북한은 1위 브라질에 1대 2로 아깝게 졌다. 경기 후반 북한의 몰아치기는 브라질을 능가할 정도였다.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본(45위)도 아프리카의 카메룬(19위)을 잡았고 스위스(24위)는 스페인(2위)을 꺾고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점차 승부라지만 정작 전반적인 경기 내용은 실망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승패를 떠나 경기를 답답하게 만드는 수비 중심 전술 때문이다. 극단적 수비축구는 골로 대표되는 화려한 볼거리를 방해,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뜻에서 ‘반(反)축구(안티사커)’로도 불린다. 스위스-스페인전에서 스위스 선수 대다수는 극단적인 수비 강화를 위해 경기 내내 자기 진영에만 머물렀다. 일본도 한 골을 성공시킨 뒤 잠그기 전략을 써 일본 응원단을 제외한 축구팬을 지루하게 했다.

게다가 정교함 없는 긴 패스로 일관하는 ‘뻥축구’도 다시 등장했다. 독일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잉글랜드는 뻥축구로 돌아갔다. 축구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의 경기를 했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남아공 환경이 출전선수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점도 경기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 환경은 아무래도 북반구 선수들에게 낯설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가 남반구에 위치하지만 정작 선수들 대부분은 유럽 리그 소속이라 생체리듬이 맞지 않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미미한 것도 한 원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웨인 루니(잉글랜드) 등 세계 최고 몸값 선수들은 1라운드에서 골 맛을 못 봤다.

하지만 17일 2라운드 첫 경기인 우루과이-남아공전에서 우루과이가 홈팀 남아공을 3대 0으로 격파하며 공격축구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보였다. 앞으로 경기들이 더 화끈해질지 두고 볼 일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