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먼저 넣으면 이긴다… 선실점 땐 전술 운용 차질 선취골 넣은 팀 10승 6무

입력 2010-06-17 18:06

선취골을 넣어라.

축구에서 선취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취골을 넣게 되면 전술 운용에 여유가 생기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배가된다. 반면 먼저 골을 먹은 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면서 조급한 마음에 자신들이 훈련해온 플레이를 하지 못해 전술운용에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것이 좋은 예다. 한국은 이정수의 선취골이 비교적 빠른 시간인 전반 7분에 터지면서 자신감을 갖고 상대를 압박했고 그리스는 이렇다 할 전술을 펼치지 못하고 허둥대다 끝났다.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 말처럼 거꾸로 그리스가 선취골을 넣었더라면 결과는 반대가 될 수 있는 게 축구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 참가 32개국이 모두 1경기씩을 치른 17일(한국시간) 오전 현재 선취골을 넣은 팀은 10승6무를 기록, 최소한 패하지는 않았다. 역전극이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2006년 독일대회 때는 이번 대회처럼 ‘선취골=무패’ 등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았다. 한국-토고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G조에 속한 한국은 1차전에서 토고를 만나 전반 31분 선취골을 내줬지만 후반 이천수와 안정환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호주와의 F조 예선 1차전에서 전반 26분 나카무라 순스케가 선취골을 넣었지만 종료 10분을 남기고 3골을 허용해 1대 3으로 역전패했다. 일본은 브라질과의 예선 3차전에서도 선취골을 넣고도 4골을 먹고 대역전패했다.

독일대회 때는 조별 예선 1차전에 역전경기가 두번 있었고 예선 라운드 전체 48경기 가운데 역전 승부는 6차례나 나왔다.

이번 대회처럼 선취골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것은 극심한 골 가뭄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골 가뭄의 원인으로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 부족, 월드컵 첫 부분인공잔디 구장 사용 등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구촌의 축구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실력차가 줄어든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