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기술·장비 부족… 3D 방송 ‘아직 걸음마 수준’

입력 2010-06-17 18:12


방송가에 3D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실제로 지상파 방송3사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3D방송물 제작에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채널 66번에서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의 3D 콘텐츠가 시범 방송되고 있다. 지난 5월19일부터 오는 7월1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시범채널이다. SBS의 ‘2010 남아공월드컵’, KBS의 ‘2010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필두로 각 사가 사전에 3D로 촬영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재방송으로 월드컵 경기 외에는 업데이트가 없는 실정이다.

3D콘텐츠를 제작할 자체 인력과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KBS가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중계에 동원한 3D 카메라 6조(3D카메라와 촬영 시스템을 일컫는 단위) 중 5조는 ‘쓰리얼리티(3ality)사’로부터 빌려왔다. 엔지니어 40여 명도 외부인력으로, KBS 자체 소유의 카메라는 1조뿐이다. 현재 SBS가 3D로 중계하는 월드컵 경기도 남아공 현지에 소니사가 3D카메라 8조를 투입해 촬영한 영상이다.

KBS 중계기술국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3D 중계였지만 실은 우리의 힘이라기보다는 외국의 인력과 기술의 힘으로 중계를 했다. 현재 국내 수준에서는 3D제작에 필요한 장비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방송3사는 수익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고액의 3D제작 장비를 섣불리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상 3D카메라 2대와 촬영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3D카메라 1조는 1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덧붙여 3D 중계차, 조명과 편집기기까지 갖추려면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임시방편으로 외부로부터 촬영 장비를 대여하지만 이 또한 1조를 하루 임대하는데 약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MBC 제작기술부 관계자는 “지상파는 무료 서비스여서 고액의 제작비를 투입해 3D방송을 내보내도 별 수익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본다.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3D제작에 투자해야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3D 콘텐츠 제작을 지상파 방송사에 떠넘기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책기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MBC 경영본부 관계자는 “일본이나 영국을 봐도 위성이나 케이블 위주로 3D방송이 발전하는데 우리만 유독 지상파 방송사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상파의 특성과 방송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방송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3DTV 실험방송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3D시범방송은 일정에 없었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책적으로 밀어붙였다. 지상파 주파수는 3D 전송에 맞지 않는 점과 지상파 방송사가 3D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점 등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