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좌파 세력에게서 배우는 북한
입력 2010-06-17 17:57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기자회견은 그동안 국내 좌파 세력이 주장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었다. 북한 해커들이 중국 서버를 경유해 국내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댓글 공작을 할 정도니 반박 논리를 수집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일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서한을 봤느냐는 질문에 신 대사는 “못 봤다”고 했지만 사실은 볼 필요도 없었다. 그가 손에 쥔 회견 자료야말로 참여연대 서한과 똑같은 재료로 만든 것이다. 그런 사정을 잘 알기에 신 대사는 보지도 않았다는 참여연대 서한에 대해 “남한 사람들도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의혹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생 좌익이 몰래 북한 방송을 듣고 북한 논리를 전파했으나 이제는 반대다. 북한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 좌파의 논리를 학습하는 것이다. 심지어 비아냥까지도 배운다. 나로호가 실패하자 다음 아고라에는 “나로호 실패도 북한 어뢰 때문이냐”는 글들이 올라왔는데 신 대사도 기자회견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북한과 국내 좌파 세력이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상부상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반박 논리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익명 논객, 야당 정치인, 정신의 파탄을 드러낸 위선적 지식인들만이 아니다. 아직 명망을 유지하고 있는 유명 지식인들도 포함돼 있다. 신 대사가 인용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언론 인터뷰가 그런 예다. 백 교수는 “미국은 천안함 사건으로 오키나와 기지 이전 등 일본의 양보를 받아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된 뒤에 나온 백 교수의 주장은 논쟁을 사실 차원에서 해석 차원으로 전환하려는 신호로 보인다.
국내 좌파 중 종북 세력은 북한과 물밑에서 연계를 갖고 북한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친북 세력은 종북 세력만큼 분명한 목표는 없지만 정치적 이익이나 정서적 이유 때문에 북한을 동정하고 동조한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품은 민심을 선동해 북한에 대한 동정과 관용으로 연결시키려 한다. 북한은 이들을 이용해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들의 책동에 대해 국민의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