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당찬 베테랑 당돌한 새내기… 위풍당당 코리아!
입력 2010-06-17 18:09
지금의 태극전사들과 과거 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전을 앞둔 상황에서 허정무호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월드컵을 즐기겠다는 분위기다.
우선 허정무호 선수들은 이전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든 없든, 자기 몫을 어느 정도 충실히 해주고 있다. 큰 대회라고 해서 본인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긴장하거나 주눅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골키퍼 정성룡(25·성남)이다.
정성룡은 본인의 월드컵 데뷔전인 그리스와의 1차전을 무실점으로 막았다(한국 2대 0 승리). 적어도 그리스와의 1차전만큼은 이번이 월드컵 네 번째 출전인 이운재(37·수원)를 기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예상이 빗나갔다. 외신들은 “허 감독이 월드컵 출전 경험이 전무한 정성룡을 깜짝 기용해 충분히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자리다. 미국전에서 어이 없이 동점골을 내준 잉글랜드 골키퍼 로버트 그린(30·웨스트햄)처럼 작은 실수 하나가 실점으로 직결되는 위치다. 정성룡은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숨막히는 경기가 될 수 있었던 그리스전을 차분하게 소화했다. 심리적 동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내주지 않은 중앙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 조용형(27·제주) 역시 그리스전이 월드컵 첫 출전 경기였다. 이정수는 그리스전 선제골까지 넣었다.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28·광주), 공격수 염기훈(27·수원)도 남아공에서 생애 첫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
그리스전 선발 베스트 11을 기준으로 과거 월드컵에서 뛰어본 선수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33·알 힐랄) 박주영(25·AS모나코)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 등 4명뿐이다.
허정무호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부담감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데는 주장 박지성 등 ‘팀 스피리트(team spirit)’를 주도하는 선수들 역할이 크다. 박지성(1981년생)은 나이만 놓고 보면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을 ‘군번’이 아니다. 최고참 이운재(1973년생)를 필두로 안정환(1976년생) 이영표 김남일(이상 1977년생) 이동국(1979년생) 이정수 차두리(이상 1980년생)가 박지성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나 박지성은 세계 축구의 중심(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소리 안 나게 태극전사들에게 전수한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이영표다. 2002,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선 이영표의 요즘 모습을 보면 본인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 모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뭔가 작정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스전에서 지능적인 플레이로 한국 수비라인을 이끈 그는 믹스트존 인터뷰 등에서 유독 팀을 강조하며 후배들을 다독이고 있다.
요새 태극전사들은 허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선수들끼리만 상대 팀 경기 비디오를 함께 보며 자유토론을 벌인다. 아르헨티나전 하루 전인 16일 저녁(현지시간)에도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시청과 선수 자유토론이 있었다. 이승렬(21·서울) 등 막내들은 아직 선배들 얘기를 주로 듣는 편이지만 선수들끼리 직접 자유분방하게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소통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다.
요하네스버그=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