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 기자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②] “석유·관광 널린 게 자원 한국 기업들 뭐하는지…”
입력 2010-06-17 17:57
김영철 세계은행 남아프리카 거시경제팀장
지난 12일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의 한 호텔에서 세계은행 남부아프리카 거시경제팀장 김영철(49·사진)씨를 만났다. 김씨는 2008년 10월 이곳에 왔다. 그 전에는 우간다에서 3년 반 근무했다. 1991년 세계은행 직원으로 앙골라에 출장 오면서 시작된 아프리카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국이나 지원국의 단기 정책을 다룬다면, 세계은행은 장기 개발정책을 지원한다. 30년, 50년을 내다보며 정책을 편다. 그래서 세계은행 융자는 보통 40년 장기 무이자 형식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인상적이다.
“우간다 모잠비크 등이 특히 높다. 모잠비크는 1992년 내전이 종식됐는데, 그때부터 연평균 6.8%씩 성장했다. 성장률만 보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아프리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면 되나?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런데 너무 낮은 수준에서 시작했다. 지난 10여년간 모잠비크가 성장을 계속했는데, 이 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에서 400달러가 됐다. 올해 처음 400달러를 넘었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세계 평균의 8.2%에 불과하다.”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어떤가?
“중국 인도와 비교하면 한국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요즘 엄청나게 많은 돈을 푼다. 인도인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00년 전부터 현지인들과 경쟁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모잠비크는 자원이 많고 인프라도 괜찮은 편인데 한국 교민이 70여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왜 안 들어온다고 생각하나?
“모잠비크를 예로 들어보자. 해안선이 2000㎞가 넘는다. 수산물이 풍부하다. 관광자원, 어업자원으로 쓸 수 있다. 그 넓은 해역 한군데에서 최근 가스를 찾았다. 그 밑에 석유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빈 땅과 굵직한 강줄기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곳 사람들은 세계에서 농업을 개발할 지역은 여기밖에 없다고 큰소리친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 수긍하면서도 여기 올 엄두를 못 낸다. 당장 수익이 안 보이면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프리카 정보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보력이 너무 약하다. 지금 우간다에서 석유가 하루 3만 배럴 나온다. 10년 후면 우간다가 중요한 산유국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뭘 해야 되겠나? 당장 우간다에 대사관을 설치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제협력관도 파견하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을 조언한다면.
“어차피 돈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야 한다. 노동집약적인 국내 산업들을 죽게 내버려두지 말고, 아프리카로 나가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모잠비크에 한국 방직공장이 들어올 수 있다. 이 나라에 방직공장이 3개뿐이다. 또 한국에서 건설사들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아프리카는 요즘 도로 건설 붐이다. 대형 프로젝트도 얼마든지 따낼 수 있는데 아예 입찰조차 안 한다.”
-한국 정부는 자원 확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5년이고 10년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기술 이전이든 사업이든 하나의 성공모델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한국 정부가 전략적 부분을 선택하고 꾸준히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자원개발권 확보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마푸토(모잠비크)=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