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복병 스위스에 무너지다

입력 2010-06-17 01:26

슈팅수 24대 8, 공 점유율 63대 37. 패스 횟수 446대 156.

우승 후보 스페인이 완전히 장악한 경기였지만 유럽의 복병 스위스의 날카로운 역습 한 번이 경기를 결정지었다. 후반 7분 스위스 젤송 페르난드스(생테티엔)는 에렌 데레디요크(레버쿠젠)가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를 제치며 넘겨준 볼을 우격다짐으로 스페인 골망에 꽂아넣었다.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이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스페인은 16일(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H조 예선 2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전형적인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선 스페인은 미드필드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내내 경기를 압도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를 비롯한 톱클래스 미드필더 5명은 자로 잰 듯한 다이렉트 패스를 주고받으며 스위스 선수들을 유린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선제골을 내준 스페인은 후반 16분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를 빼고 부상에서 갓 회복한 포워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를 넣었다. 또 부진했던 윙어 다비드 실바(발렌시아)를 빼고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중거리 슛을 터트렸던 헤수스 나바스(세비야)를 투입, 공격적인 4-4-2 전형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스페인의 편이 아니었다. 토레스와 나바스가 감아찬 슛은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마치 ‘탱탱볼’처럼 튕기는 자블라니가 충분히 회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반 24분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가 회심의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볼은 크로스바 밑둥을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막판 스페인은 스위스 페널티지역 안에 6명 이상의 선수들이 달려들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앞서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던 스위스 수비진을 뚫진 못했다. 양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스위스 수비수의 머리를 넘지 못했고, 중앙에서 이어진 침투패스는 조금씩 길거나 짧았다. 토레스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투톱의 볼 터치는 반 박자씩 늦었다. 스페인으로서는 패스만 하다 끝난 게임이었다.

앞서 벌어진 같은 조 첫 경기에서는 ‘남미의 복병’ 칠레가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칠레는 이날 넬스프뢰이트에 위치한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북중미의 ‘다크호스’ 온두라스를 맞아 장 보세주르(아메리카)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승리했다.

칠레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1962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3위) 이후 48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과 같은 조인 칠레는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어 16강 진출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칠레는 전반 34분 마우리시오 이슬라(우디네세)가 오른쪽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골문 중앙쪽으로 쇄도하던 보세주르가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온두라스는 이후 공격 빈도를 높였으나 칠레의 예리한 창에 위축돼 무릎을 꿇고 말았다. 칠레와 스위스는 승점 3점을 획득, 조 1위로 올라섰다.

강준구 이도경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