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오벌오피스서 취임후 첫 연설 “BP, 모든 피해 배상해야”
입력 2010-06-16 21:1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저녁(현지시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에 전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환경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멕시코만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렸다.
그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동원해 기름 유출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가 초래한 모든 피해를 배상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이라고 규정한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들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하며 BP를 거듭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가 방제를 위해 추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수주 안으로 유출된 원유의 90% 회수, 여름까지 원유 유출 완전 차단, 4개 주에서 방위군 1만7000명 방제작업 투입 등을 약속했다.
오벌오피스 연설은 국가적 안위나 이익과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 행해지는 게 관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때(196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공중폭발 때(198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때(2001년) 행해졌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위중하게 본 것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유출 현장을 네 번째 방문한 뒤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공군기지에서 가진 연설에서 “기름 유출은 미국 해변에 대한 공격이며 전례 없는 환경재앙인 만큼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TV 중계를 지켜보던 한 어부는 “오바마 대통령은 유정을 막을 수 없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BP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루이지애나주의 베트남계 안 조지프 카오 의원(공화)은 증인석에 앉아 있는 BP 미국법인의 라마 매케이 회장에게 “지금이 일본의 봉건시대라면 칼을 주며 할복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플로리다주의 클리프 스턴스(공화) 의원도 “회사에서 떠나라”고 공격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