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서 ‘광물 노다지’ 맞아?… NYT “1조弗대 발견” 보도 논란

입력 2010-06-16 21:17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지하자원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명분과도 무관치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이 미 지질학자들을 초청해 조사한 결과 아프간 전역에 철 구리 리튬 코발트 금 등 1조 달러 상당의 금속자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1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약 120억 달러인 아프간에서 전 국민이 100년 가까이 놀고먹을 수 있는 규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이 내용이 수십년 묵은 옛이야기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에 이미 아프간 정부가 지하자원을 조사했고, 80년대엔 옛 소련 지질학자들이 자원 분포 지도까지 만들었다.

이 ‘보물지도’를 탈레반 점령 시절 자원부 공무원들이 숨겨놓았다가 미군이 진군하자 다시 내놨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지하자원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하광물이 1조 달러라는 근거도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포린폴리시는 아프간에 ‘노다지’가 있다 해도 별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간처럼 중앙 정부가 취약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아프간 자원부 장관이 중국에서 300억 달러의 뇌물을 받고 구리광산 개발권을 넘겨준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자원 개발 과정에서 미국이 추진해온 아프간 정부의 부패 추방과 개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일으킨 진짜 목적이 자원 수탈이라고 대다수 아프간 국민들이 믿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자원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페샤와르 지역의 한 탈레반 지도자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지하자원은 알라가 준 축복”이라며 “진정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서 우리 힘으로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간지 애틀랜틱은 아예 NYT가 미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해 미군이 긍정적인 뉴스를 찾아가 케케묵은 ‘노다지론’을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NYT 보도는 이번주 미 상원 외교위의 아프간 전쟁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