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싸움에 월드컵 못봐”… SBS 난시청 주민들 분통

입력 2010-06-16 21:43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그리스를 꺾으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 가운데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SBS를 보지 못하는 난시청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KBS에 따르면 시청자게시판과 민원 전화 창구에는 이 같은 항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난시청 지역인 완도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고 밝힌 시청자는 “본인이 사는 섬이나 시골 등의 난시청 지역에서는 SBS 방송이 전혀 나오지 않아 화가 난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중계를 하지 않아 개탄스럽다. 방송사들 간의 문제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는 의견을 KBS에 남겼다. SBS 난시청에 대한 불만이 매월 꼬박꼬박 수신료를 챙겨가는 KBS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성주·안동, 전북 진안, 충북 보은 등의 산간지역이나 전남 완도 등 섬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난시청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SBS 중계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위성 등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SBS를 시청할 수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위성을 설치하고 싶어도 지형이 험해 이마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난시청지역 주민들은 지역 내 위성·케이블이 설치된 곳을 찾아 월드컵을 시청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바람이 세게 불고 날씨가 안 좋으면 TV 수신이 잘 안 된다. 특히 노인 분들은 케이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 SBS 시청이 힘들다”면서 “이런 분들은 청년회관이나 이웃집에서 모여서 월드컵을 시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도 “집에 SBS가 안 나오는 분들을 대상으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마을회관이나 시내 공연장을 찾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면 단위가 난시청 지역인 경기도 안성시 관계자는 “위성 안테나를 달지 않은 주민들은 사실상 월드컵을 보지 못한다”면서 “1970년대처럼 위성 안테나가 달린 집을 찾아가거나 공공장소를 찾아서 경기를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15만여 가구 중 5.3%인 90만 가구가 수신 기구가 없어 SBS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집단과 기간을 달리 설정한 KBS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910만여 가구 가운데 440만2000여 가구(23%)가 SBS 난시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소외된 일부 국민의 시청권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방과 교수는 “일부 주민들이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서로 믿지 못하고 자사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