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결혼 한달만에 가출했다면 혼인무효”

입력 2010-06-16 18:28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이모씨가 “결혼 후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면 혼인무효”라며 필리핀인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와 A씨는 2008년 8월 필리핀에서 결혼한 뒤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A씨가 12월 집을 나갔다. 그동안 두 사람이 실제로 같이 산 기간은 한 달 정도에 불과했다.

이씨는 “실질적인 혼인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혼인을 무효로 해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2심은 A씨가 혼인 의사 없이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이씨와 결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한쪽 당사자에게만 참다운 부부관계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런 의사가 없다면 당사자 간 혼인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했다고 말해온 점, 집을 나가기 전 이미 취직이 가능한 신분이 된 점, 결혼생활 한 달 만에 집을 나간 점 등도 고려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