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네쌍둥이 함께 6·25 참전했다

입력 2010-06-16 21:25

미국의 첫 네 쌍둥이 형제가 한국전쟁에 동시에 참전했던 것으로 밝혀져 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남다른 우애로, ‘형제를 같은 부대에 배치할 수 없다’는 규정을 뛰어넘어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미국국립문서보관소(NARA)의 동영상 자료와 한국전 당시 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칼, 앤서니, 도널드, 버나드 페리코니 쌍둥이 형제 4명(당시 23세)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7개월간 탱크부대에 배속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이들 4형제의 같은 부대 복무는 당시 미 국방부 규정에 배치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2년 11월 미 순양함 주노(Juneau)가 독일 잠수함에 격침돼 승선했던 설리번 형제 5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이 생기면서 이런 규정이 생겨났다.

국방부 규정을 초월해 이들이 같은 부대원으로 전투 현장을 누비게 된 것과 관련해 당시 미국 언론들은 깊은 우애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소개했다.

어느 날 네 쌍둥이에게 징병 통보가 날아들었고, 특히 맏형인 칼에겐 한국전쟁에 참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네 쌍둥이는 형제를 같은 부대에 보내달라고 백방으로 호소했다. 출생 후 자신들에게 쏠렸던 유명세도 십분 활용했다. 이들은 태어났을 때 위로 이미 형이 5명이나 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아이들 부모이자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인 페리코니 부부에게 축전을 보냈을 정도였다.

‘여론몰이’는 성공해 당시 텍사스 출신 상원의원이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국방부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아내게 됐다. 같이 한국전에 참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네 쌍둥이는 탱크부대에 배속돼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을 누볐고, 다행히 아무도 부상하지 않고 귀국했다. 당시 동영상 자료는 네 쌍둥이가 한국전 복무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항을 통해 귀국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내레이터는 “ABCD부대가 귀환했다”며 이들의 뉴스를 전했다. A(앤서니), B(버나드), C(칼), D(도널드) 등 형제들의 이름 이니셜로 만든 조어로 무사귀환을 환영했던 것이다.

네 쌍둥이 중 막내인 버나드는 1990년 7월 심장마비로 6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나머지 쌍둥이 형제들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