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發 은행권 M&A 폭풍… ‘KB+우리’ 시장반응은 “글쎄”

입력 2010-06-16 18:16


은행권이 인수·합병(M&A) 격랑에 휩싸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와의 M&A를 최우선 카드로 꺼내든 게 신호탄이 됐다.

어 내정자의 의도는 그동안 금융업계가 예상한 M&A 구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조합의 미래상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여기엔 어 내정자의 친정부 성향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흔들리는 은행 M&A 구도=올해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이다. 대체적인 예상은 ‘KB금융지주+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구도였다.

그러나 어 내정자가 이 판을 흔들었다. 차순위 선택지로 여겨졌던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카드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산은금융지주도 인수 대상으로 언급했다. 외환은행은 증권과 투자신탁 등 비은행 부문이 빈약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지주라는 강력한 인수희망자가 나타난 우리금융지주 몸값은 뛰었다. 16일 주가는 전날보다 6.25%까지 상승했다. 반면 외환은행은 약세로 돌아섰다가 노무라홀딩스의 인수전 참여 소식에 2.70% 상승 마감하며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어 내정자 정치성에 촉각=현재 시장은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핵심 변수로 어 내정자의 정치적 성향을 들고 있다. 해외 언론들도 어 내정자를 정부와 가까운 사람으로 규정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confidant)’, 로이터는 ‘정치적 협력자(ally)’로 설명했다.

어 내정자의 정치성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를 매각하려는 정부가 아무래도 ‘같은 편’인 어 내정자가 있는 KB금융지주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 내정자의 이 같은 정치적 성향은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KB-우리금융지주 합병에 정부 개입 여지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주주들과 노조 등의 반발로 합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 이후도 문제다. 우리금융지주 M&A 방식은 주식 교환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인수자가 누구든지 간에 시가총액 12조원이 넘는 우리금융지주의 덩치 탓에 정부가 여전히 지분 20∼30%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새로 탄생하는 자산 650조원 이상을 가진 세계 50위권 은행에 최고경영자와 보유 지분을 통해 정부 입김이 세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KB금융지주 주가가 전날에 이어 2.83%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어윤대 체제에서 KB와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이 모두 합병될 수 있고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은행 그룹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이와증권은 “고객이 상당히 겹치는 등 KB-우리금융 간 합병에서 창출될 시너지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대형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