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이 고문” 주장 철저한 조사부터
입력 2010-06-16 18:04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 5명을 고문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피의자에게 구타는 물론이고 입에 재갈 물리고 머리 밟기, 수갑 채워 팔 꺾어올리기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사라진 줄 알았던 고문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이유다.
인권위는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양천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감된 32명을 조사한 결과 22명에게서 고문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해서가 아니라 공범이나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고문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천경찰서는 인권위 발표를 부인했다. 고문 피해를 주장한 사람 대부분이 절도 피의자이고 개중에는 마약을 하던 현장에서 체포된 경우도 있어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범과 술에 취해 싸우다 입은 상처를 고문당한 상처라고 둘러댄 피의자도 있었다고 했다. 수갑을 뒤로 채울 때 저항하느라 팔이 약간 꺾인 것을 고문이라고 주장한 경우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벌을 가볍게 하려고 거짓말을 일삼는 범죄 피의자의 말보다 경찰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수사관이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는 경우 이때 생긴 부상을 경찰의 구타나 고문 때문이라고 왜곡 과장하는 경우는 익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박종철 고문치사, 권인숙 성고문 등으로 점철된 경찰의 과거를 생각할 때 고문 주장에 민감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문이 사실이라면 관련자 엄벌은 물론 경찰 명예를 걸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인권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도 자체 감찰에 들어간다니 우선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인권위는 범죄 피의자들의 말만 믿고 국가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한 데 대해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