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목회자 청빙제도 문제와 해법… 스카우트 경쟁 지양
입력 2010-06-17 01:20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은 지금 적잖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다. 김승욱 담임목사가 한국의 할렐루야교회 후임으로 청빙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 설교를 통해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인들은 “어떻게 담임목사의 타 교회 청빙이라는 중대한 소식을 이미 결정이 다 끝난 이후에 통보받아야 하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일은 비단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한 목회자가 타 교회 청빙 등으로 급작스레 사역지를 옮길 때에는 상당한 잡음이 나게 마련이다.
현재 담임목사 청빙은 교단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교회 청빙위원회에서 해당 교회 담임목사나 당회에 통보를 하고, 해당 교회의 교인 총회를 통해 청빙 수락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돼 있다. 교인 총회를 하기는 하지만 담임목사의 뜻이 확고할 경우 교인들은 대부분 마지못해 수락하게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담임목사의 청빙이 불거진 이후에는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이 같은 청빙 문제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아닌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는 “소위 ‘스타급 목회자’에 대한 지나친 스카우트 경쟁은 한국교회의 건강성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든 교회가 잘되어야 내 교회도 잘될 수 있다는 공교회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최근 후임 목회자를 선정한 서울교회(이종윤 목사)의 예를 들며 “서울교회는 제직 세미나나 교회 행사에 후보 목회자를 초청해 교인들이 직접 평가하게 했다”며 “이것은 지금의 당회나 담임목사 중심의 청빙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침례신학대 박영철(목회학) 교수는 지금의 청빙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교회를 영적 가족 개념으로 볼 때 외부에서 후임목사를 청빙해 오는 것은 의붓아버지를 맞아들이는 것과 같다”며 “청빙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공동체로서의 교회가 장기적으로 교회 내 사역자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청빙제도 하에서는 청빙으로 담임목사가 떠나게 되는 교회는 더 능력 있는 교회에 목회자를 빼앗긴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며 “한국교회가 얼마만큼 자체 목회자를 양성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빙 대상 목회자의 자격과 관련,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최근 “설교를 잘하고 친화력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빙에 있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청빙 대상 목회자의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학력이나 영어 실력 등 ‘외모’가 아니라 주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