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펄펄나는 아시아… 죽쑤는 아프리카
입력 2010-06-16 17:48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경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 월드컵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
16일까지 진행된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경기 결과를 보면 아시아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소속인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아시아권 5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승1무2패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이 그리스를 완파했고 일본도 카메룬을 제압했다. 뉴질랜드는 유럽예선 C조 1위 팀이었던 슬로바키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고, 북한은 세계 최강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분패했다. 호주가 독일에 대패한 게 유일한 흠이다.
반면 홈 어드밴티지로 인해 ‘검은 돌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아프리카 팀들은 1승2무3패로 부진한 모습이다. 일본에 패한 카메룬은 극악의 경기력으로 지탄을 받았고, 세르비아에 승리한 가나가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아시아의 선전과 아프리카의 부진은 조직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체격조건과 개인 기량에서 불리한 아시아 팀은 조직력을 극대화한 압박 전술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반면 아프리카 팀들은 체격과 개인기의 우위를 활용할 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채 허둥대기만 했다.
그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경기가 일본과 카메룬 전이었다. 선취골을 넣은 후 일본은 조직적인 압박에 나섰다. 카메룬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일본 선수 3∼4명이 그를 에워쌌고 어렵사리 동료에게 패스를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카메룬은 하프라인까지는 진출했으나 2대 1 패스 등 조직력을 활용한 공격 방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무모한 개인 돌파를 시도하거나 공격수들을 향해 무작정 올려주는 단조로운 공격을 하다 무릎을 꿇었다.
현지의 팬들은 모든 아프리카 팀의 경기에 ‘Good Luck AFRICA(아프리카에 행운을 빈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부부젤라를 불어댄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검은 돌풍’은 흔적도 없고 대신 ‘황색 돌풍’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