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 남자주연 정장 만든 정명숙 집사… 믿음의 영감으로 패션 디자인

입력 2010-06-16 17:24


“디자이너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님이 그런 능력을 제겐 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영감으로 디자인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정명숙 비스포크’의 정명숙(39·사랑의교회 집사) 대표는 그의 삶에서 신앙은 절대적이라고 고백한다.

최고급 남성복만을 만들기 위해 20여년을 살아온 그가 이제 신앙에 새롭게 눈 뜬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고객은 CEO, 대형 교회 목사 등 전부 남성이었다. 최근에는 그의 코드와 맞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한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내가 만든 제품이 영화 ‘하녀’의 남자 주인공과 콘셉트가 맞는다며 의상 협찬을 요구해왔어요.”

칸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영화를 찍고 있다는 말에 바로 승낙했다. 유명한 파리 오트쿠튀르에서 패션쇼를 하는 게 꿈이기 때문이었다. 영화 ‘하녀’에는 베스트, 슈트, 코트, 여성복 등 5벌을 협찬했다.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로로피아나 원단으로 만든 코트가 제일 반응이 좋았다. 영화 시사회에 가서는 이정재씨가 어느 장면에서 자신의 옷을 입고 나오는지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한다.

10세에 혼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정 대표는 일, 교회, 기도밖에 모르며 살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정신적 방황도 했다. 대학 다니던 1990년대에는 목사님들이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을 못마땅해하셨다. 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학생 그룹에도 속하지 못해 힘들었다. 패션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세상 속에서 생명을 지닌 신앙인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졸업 후 대기업 패션연구소에 다녔다. 주말이면 지방 어디든 찾아다니며 자연염색, 누빔기술 등을 배웠다. 2005년 세계적 명품만을 모은 남성복 비교전시회를 보고 매력을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 1년6개월의 준비 끝에 드디어 2007년 비스포크를 오픈했다.

“늘 재능이 없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연말 드디어 제 가능성을 보았어요. 하나님께서 20년 동안 패션을 짝사랑하는 게 애처로워서 이제 은혜를 베푸시는가 보다 생각했어요.”

현재 그는 클래식한 남성복과 함께 여성복에도 도전하고 있다. 최고급만을 고집,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완벽하면서도 창의적인 여성복을 통해 재정 문제도 극복할 계획이다. 여성복은 고급스러운 오트쿠튀르보다 일반적인 프레타 포르테를 겨냥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두 번째 패션쇼도 할 예정이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출신인 정 대표는 앞으로 국제백신기구(IVI)를 돕는 한편 해외 파송 선교사들도 지원하며 보내는 선교사로서의 역할도 감당할 예정이다.

글·사진=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