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92분 이기다가…”

입력 2010-06-16 01:11

본선 첫 승을 향한 양팀의 뜨거운 열망은 승점을 나눠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로열 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F조 경기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뉴질랜드가 추가시간 종료직전 터진 윈스턴 리드의 헤딩골에 힘입어 극적인 무승부를 이뤄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78위인 뉴질랜드는 한 수 위인 슬로바키아(34위)를 맞아 후반 5분 로베르트 비테크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처음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를 거머쥐는 듯 했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시절인 1934년, 1962년 두 차례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동유럽의 강호로 군림했지만 분리·독립 이후로는 월드컵 본선 무대와 인연이 없었다.

후반 5분 블라디미르 베이스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쇄도하던 비테크의 머리에 닿았고 뉴질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슬로바키아는 미드필더들은 자기 진영으로 내리며 허리를 보강했고 조급해진 뉴질랜드는 거칠게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82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첫 승을 노렸던 뉴질랜드의 창은 슬로바키아의 수비진을 뚫기엔 너무 무뎌 보였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지나고 주어진 3분의 추가시간 마저 끝나갈 무렵 셰인 스멜츠가 크로스를 올렸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 심판은 종료 휘슬을 불 태세였다. 풀쩍 뛰어오른 리드가 정확히 이마로 방향을 돌린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그물로 빨려들었다.

뉴질랜드는 유럽형 체구를 자랑하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한 힘이 넘치는 경기를 펼쳐 몸싸움에서는 강점을 인정받았지만 선수들의 개인기량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인 수준이 본선 진출국 31개 팀과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이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3전 전패에 그쳤던 28년 전의 기억을 떨쳐내고 월드컵 진출 사상 첫 승점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지역예선에서 유럽국가 중 4번째로 많은 22골을 쓸어 담으며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으면서도 눈앞의 첫 승을 날린 채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말았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