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만 있었어도… 개장 앞둔 수영장 기계실서 일하던 인부 질식死
입력 2010-06-15 18:45
밀폐된 수영장 기계실에서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던 60대 인부가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높은 작업인데도 관할 구청은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서초동 양재천 수영장 내 기계실에서 양수작업을 하던 조모(60)씨가 질식해 숨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조씨와 함께 일했던 인부들은 작업 도중 머리가 어지러워 여러 차례 밖으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씨만 쉬지 않고 일을 계속하다 변을 당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부검 결과 조씨의 체내 일산화탄소 비율은 40%에 달했다”며 “이는 일반인 평균(1.5%)의 28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독가스가 농축된 공간이어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관할 서초구청은 인부들에게 산소마스크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다음 날인 15일에도 인부들은 안전 장비 없이 양수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의 맨홀이나 정화조 등에서 올라오는 가스는 인체에 매우 해롭다”며 “일반 건설업체에서는 양수작업을 하는 인부들에게 개인 마스크를 지급하고 (유독가스에 중독돼) 쓰러졌을 경우에 대비해 바로 끌어올리기 위해 허리에 끈을 묶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스크만 있었어도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구청 관계자는 “21일 수영장 개장을 앞두고 인부들을 재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국현 김수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