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끝내… 안보리서도 입장 유보
입력 2010-06-15 18:36
중국과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가진 조사 결과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어뢰 공격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안보리에서 참여연대의 ‘의혹 서한’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북한은 별도로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합조단은 동영상 브리핑(23분)과 1시간30분 동안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브리핑을 들은 대부분 이사국들은 과학적 조사 결과에 대해 설득력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유엔 관계자가 전했다.
질의가 시작되자 프랑스 대표는 조사 결과에 신뢰를 표하면서 북한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 대표는 “다른 원인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은 없느냐”며 조사 결과를 확실히 해두려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일본과 터키 대표 등은 조사에 참여한 외국 전문가들도 모두 동의했느냐고 물었고, 어뢰 파편과 잔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대표는 미국과 프랑스가 조사 결과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하자 “여기는 입장 표명이 아니라 기술적 질문을 하는 자리”라고 제동을 거는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두 나라는 우리 측 브리핑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설명회가 끝난 뒤 윤덕용 합조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참여연대의 서한과 관련, “안보리는 정부 간 협의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신선호 대사는 이사국들과의 ‘비공식 상호대화’에서 “증거들이 비과학적이어서 납득할 수 없다. 전혀 관계없는 우리더러 했다니 우리가 오히려 희생자”라고 반박했다고 박덕훈 북한 차석대사가 전했다. 박 차석대사는 또 “그런 문건(참여연대 서한)이 회원국에 돌려졌느냐”고 반문하면서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의 설명이 끝난 뒤 중국 대사는 “남북의 주장을 모두 잘 들었다,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유보 입장을 나타냈다. 러시아도 분명한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두 나라가 당분간 판단을 유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사국 대표들이 19일부터 열흘 동안 아프가니스탄으로 시찰을 갈 예정이어서 안보리 결정이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의장국은 북한과 수교를 한 나이지리아여서 한국 정부는 이달 안에 안보리가 최종 결정을 내려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합조단은 15일 오후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스페인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비안보리 회원국 대사 20여명에게 브리핑을 했고, 북한도 유엔본부에서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