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 보스는 빠지고 행동대장만 난립… 너도나도 이름 올리기

입력 2010-06-15 22:43


다음달 중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계파 보스들이 잇따라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 눈치를 보고 있던 인사들이 앞 다퉈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겉으로는 세대교체로 보이지만 보스들을 대신한 계파 대리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여당을 이끌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인사도 적지 않지만 한사코 출마를 강행할 태세다.

◇친이명박계=친이계에서는 4선의 안상수 홍준표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물밑 준비를 해왔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들이었지만 최근 당내에서 ‘세대교체론’ ‘보수혁신론’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 있는 상태다.

안 의원은 원내대표 등을 지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 시절 미디어법 강행 처리 등 강성 이미지가 워낙 굳어져 있는데다 독단적인 스타일이어서 차기 지도부에 요구되는 ‘소통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의원 또한 연륜 면에서는 안 의원 못지않고 특히 유연한 리더십이 돋보이지만 친이 그룹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 같다”는 얘기도 들려 친이계 내부의 신임을 얻는 게 과제로 보인다.

3선에선 심재철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업무 추진력은 돋보였지만 선수가 많은데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얇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선 그룹에서는 정두언 의원이 출마 예정자 중 제일 먼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 선언을 했다. 정 의원은 ‘할 말은 하는 성격’이어서 대등한 당·청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적격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저격수’ 이미지가 강해 친박계에서 거부감이 크다. 재선의 이군현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드물게 서민 이미지가 강하지만 당내 지지기반과 인물론에서 밀린다.

초선에서는 지도부 내 여성 최고위원을 의무적으로 두게 한 규정을 노리고 이은재 의원이 준비 중이지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와 중립파=친박계에선 3선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이성헌 한선교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 의원은 친박계 인사이면서도 합리적이고 온화한 면모 때문에 친이계에서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대리인 자격으로 출마하는 측면이 있는데다 중량감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의원과 한 의원은 친박계의 대표적인 ‘싸움닭’으로 세종시 당내 투쟁 과정에서 친이계와 맞붙었던 인사들이다. 계파 대변인 성격이 강해 친박계의 지지세는 강하지만 당을 이끌고 갈 차세대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중립 그룹에서는 4선의 남경필, 3선의 권영세, 재선의 나경원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 의원은 51세이고 남 의원과 나 의원은 40대여서 세대교체론과 관련해 주목받아 왔다.

◇선거 참패 책임자들 출마 빈축=안상수 홍준표 의원은 각각 경기와 서울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 수도권 선거 참패를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로 꼽힌다. 정두언 의원은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사실상 선거 전략의 총책을 맡았다. 또 남경필 권영세 의원은 각각 경기와 서울에서 공천 문제를 놓고 잡음이 생겨 최근 의원 워크숍에서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맹공을 당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일제히 선거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또 전대 불출마 입장을 밝힌 마당에 이들 인사가 차기 지도부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아울러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사무처 월례 조회에서 밝힌 “차기 전대에서는 ‘누가 앞으로 이 나라를 끌고 갈 지도자의 덕목을 보이느냐’하는 점이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바람이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