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허정무의 ‘위대한 도전’… 6월 17일 아르헨戰 월드컵 역사 새로 쓴다
입력 2010-06-15 22:41
‘유쾌한 도전에서 위대한 도전으로.’
허정무(55)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17일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세계 월드컵 역사 새로 쓰기에 나선다.
허 감독은 쉽지는 않겠지만 강호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그리스와 나이지리아(17일 오후 11시)가 비길 경우 2연승(승점 6)으로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짓는다. 지금까지 월드컵 역사에서 아시아 국가가 아르헨티나 같은 강팀을 꺾고 조별리그 1·2차전 만에 조 1위로 16강에 오른 경우는 없다.
가장 최근인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스페인(3대 2)과 불가리아(1대 0)를 차례로 누르고 조 1위로 16강에 일찌감치 진출한 정도가 제3세계 국가 최대 이변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은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지금의 아르헨티나처럼 월드컵 우승까지 노리는 국가는 아니었다.
축구 변방 중 변방인 아시아 국가의 조기 16강 진출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세계 축구계가 한국을 ‘아시아에서 축구 잘하는 나라’에서 ‘세계 축구 질서를 뒤흔든 나라’로 인식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은 지난 12일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기면서 내국인 감독으로는 처음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둔 지도자로 등재됐다. 여기까지는 한국 축구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하지만 허 감독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16강에 오른다면 이제부터는 세계 월드컵 역사 차원으로 의미가 달라진다. 한국이 비유럽, 비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후보를 제치고 16강에 조기 진출하는 나라로 기록되는 것이다. 한국은 남아공월드컵 최대 이변의 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허 감독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남아공 입국 전 “유쾌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허 감독은 14일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세계가 놀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말을 앞세우는 편이 아닌 허 감독 스타일로 볼 때 평소보다 강도가 센 발언이다. 허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도 세계 강팀과 붙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허 감독이 믿는 건 선수들이다. 대표팀 구심점인 순둥이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월드컵에선 언제나 이변이 있어 왔다. 우리도 이번에 이변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를 이겼다고 아르헨티나까지 우습게 보는 건 자만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 남아공 한국 대표팀 캠프는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무언가 일을 낼 분위기다.
요하네스버그=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