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출범 어윤대號, 인선 논란 불식 숙제

입력 2010-06-15 21:29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이 관치 논란 속에 중도 사퇴한 이후 9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를 이끌어갈 선장으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내정됐다. 그러나 순수 민간기업인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친정부 인사들 간의 각축장으로 변질되면서 ‘신관치 금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줄서기와 내정설 등 혼탁했던 선출과정=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KB금융지주 회장 인선과정은 몇몇 후보들의 ‘줄서기’와 내정설 등이 횡행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였다. 보다 못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임원회의 석상에서 “줄서기를 중단하라”며 진화에 나섰을 정도다. 국민은행 노조도 성명을 통해 “감독당국과 사외이사들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과정 역시 요식행위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회추위는 세 번째 면접자인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에 대한 면접이 끝난 뒤 10여분 후 어 위원장을 KB 회장 후보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면접을 끝낸 어 위원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대한 평가가 끝난 상태여서 빨리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게 회추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세 번째 면접자의 면접이 끝나자마자 내정자를 발표한 것은 오래전부터 시중에 나돌고 있는 ‘어 위원장 내정설’이 사실임을 반증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강정원 행장이 단독으로 면접했던 당시에는 오전 9시부터 90분간 인터뷰가 시작됐으나 강 행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한참 뒤인 오후 2시40분이었다.

◇어윤대의 KB금융 어떻게 되나=어 내정자는 회장 내정 이후 KB금융을 금융업계의 삼성전자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내 은행권은 국제 경쟁력 면에서 미흡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새 선장이 결정됨에 따라 KB금융지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은행 간 인수합병(M&A)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 특히 어 내정자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묶는 대형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도 취임 후 우리금융 매각이 진행될 경우 조건을 보고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우리금융지주를 최우선 M&A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어 내정자가 산은금융그룹까지 욕심낸다면 단숨에 800조에 가까운, 세계 30위권 ‘슈퍼메가뱅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안팎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오랜 기간 수장의 공백으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추슬러 내부 화합을 도모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어윤대 내정자는 누구=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어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이 무성했고, 지난 3월에는 한국은행 총재 물망에도 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공직에 진출하기에는 결함이 있는 인사가 국내 최대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낙점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