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통신] 북한, 동네 헬스장서 이색 훈련
입력 2010-06-15 18:09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대표선수들이 브라질 전을 앞두고 잔디 깔린 운동장 대신 동네 헬스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세계적인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방송사 ITV가 이 같은 장면을 촬영해 방영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유니폼을 차려 입은 북한 선수들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 몸을 풀고 작은 축구공으로 헤딩 연습을 하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진행자 아드리안 차일스는 “북한 대표팀이 연습할 장소를 찾지 못해 남아공 주민들과 함께 헬스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영상을 소개했다.
‘인민 루니’ 정대세는 헬스장 회원으로 보이는 현지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민 대부분은 자신들의 헬스장에서 훈련하는 북한 선수들을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ITV는 또 다른 영상에서 한 줄로 길게 선 북한 선수들이 한 명씩 다른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며 헤딩으로 공을 통과시키는 훈련 장면도 공개했다.
특별 출연자로 방송에 나온 잉글랜드 축구 선수 파트리크 비에라(맨체스터 시티)는 “이런 훈련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흥미로워했다.
북한은 훈련 장면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모처럼 잡은 공개 훈련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북한은 남아공 현지에서 ‘은둔의 팀’으로 불린다.
북한의 폐쇄성은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김정훈 북한 대표팀 감독은 1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의 수비 전술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번 월드컵 출전국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있을 뿐”이라며 다음 질문을 요구했다. ‘북한’이라는 말에 불쾌해하며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외국 기자들은 이를 ‘분단의 잔재’로 해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나와 우리 선수들 모두 좋은 성적으로 김정일 장군님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브라질이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