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경기장 보안 담당 노동자들, “임금 지급하라” 생계형 파업

입력 2010-06-15 18:36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자들이 월드컵 현장에서 생계를 외쳤다.

2010 남아공월드컵 공식 경기장인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 지난 13일(현지시간) 축구 D조 독일-호주전이 열렸던 이곳은 경기가 끝나고 1시간 반쯤 뒤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경기장을 뒤흔드는 건 132㏈의 부부젤라 소리가 아니었다. 날카로운 총성이었다.

400여명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 직원들은 경기장 정문 인근에 모여 체불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30여명의 남아공 경찰은 이들의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경기장 주변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여성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평화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이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고 호소했다. 시위대들은 월드컵 보안을 담당하던 사설 경비 업체 직원들로 하루 20달러씩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받은 급여를 거의 받지 못했다.

아랍권의 대표적인 방송인 알자지라는 14일(현지시간) ‘월드컵 기간에도 노동자들의 파업은 계속된다’는 제목을 통해 이들의 소식을 전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아공 노동자들이 월드컵 현장에서 저임금의 현실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도 보안 업체 직원들이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대회 조직위는 이탈리아-파라과이 전을 앞두고 보안 업무를 경찰에 맡겼다. 현재 대회 조직위는 관련 업체 노동자들과 임금 협상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관광객을 운송해야 할 버스도 파업에 들어갔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래피드버스서비스’ 소속 운전사들은 14일부터 핸들을 잡지 않았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네덜란드-덴마크 전을 본 축구팬 1000여명은 경기가 끝난 뒤 타기로 했던 버스가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알자지라는 “남아공은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라면서 “이번 사태는 아프리카 최초의 월드컵 개막 국가라는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을 국민에게 고르게 나누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파업은 계속될 것이고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