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공개된 ‘피의 일요일’… 英 총리, 진상 보고서 발표
입력 2010-06-16 00:21
북아일랜드판 광주학살로 불리는 ‘피의 일요일’ 사건의 진실이 38년 만에 공개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이른바 ‘새빌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고 인디펜던트 등 영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의 의회 연설을 생중계하기 위해 런던 시청 앞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세워졌다. 이를 보기 위해 적어도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피의 일요일’은 영국 공수부대원들이 1972년 1월 30일 일요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시민권 쟁취를 위해 가두 행진을 벌이던 북아일랜드의 구교도 시민에게 총을 쏴 13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총상을 입은 사건을 가리킨다. 부상자 중 1명은 치료 도중 숨졌다. 첫 희생자였던 재키 더디를 비롯해 사망자 중 절반인 7명은 19세 이하 10대였다.
최악의 유혈시위사태로 기록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발생한 지 10주 후, 영국 정부는 보고서를 서둘러 내놨다. 사망자 중 상당수가 아일랜드해방군(IRA)과 관계가 있고 총기 및 폭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혈진압은 합법적이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98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피의 일요일’사건의 진실규명 필요성을 제기했고 새빌 경을 조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조사위는 영국 사법 역사상 최장기 기록인 12년에 걸쳐 시민, 경찰, 군인과 언론인 등 1000여명의 증인과 각종 자료들을 조사한 끝에 이번에 총 5000쪽 분량인 10권의 보고서로 내놓게 된 것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