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약물 사형’ 국내서도 법안 발의
입력 2010-06-15 18:06
지난 4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약물 주입방식을 통해 연쇄 성폭행범의 사형이 집행됐다. 3월에는 버지니아주에서 16세 소녀를 살해한 남성의 전기의자식 사형이 이뤄졌다.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이런 사형집행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교수형이 아닌 전기의자나 약물주입, 가스 등을 통한 사형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발의됐다. 인간의 존엄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교수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집행해 고통을 덜어 주자는 취지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 등은 교수형만을 사형집행의 방법으로 규정한 형법 66조 등 관련 조항을 삭제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형방법을 약물주사와 전기, 가스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는 무척 신중한 입장이다. 사형집행 방법을 다양화하는 논의 자체는 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일이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특히 가스나 전기사형의 경우 미국에서도 잔혹한 형벌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약물주입의 경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고 추가로 시설을 설치해야 돼 경제적인 부담도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사형집행 방식 다양화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사형집행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반드시 인도적 방법인지 의문스럽다며 부정적이다. 국민정서나 문화적 차이 등을 고려한다면 전기나 가스를 통한 사형집행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1997년 이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월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추가로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면서 사형 재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