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폭행 피의자 김수철 현장검증… “내 속에 욕망의 괴물… 술이 웬수입니다”
입력 2010-06-15 18:09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술이 웬수(원수)입니다. 제 속에 욕망의 괴물이 있어서….”
15일 오전 6시40분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 대낮에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45)이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수철은 범행 당시 입었던 것과 비슷한 붉은 티셔츠와 검정색 바지 차림으로 현장검증에 임했다. 고개를 푹 숙인 김수철의 손에는 피해자 A양(8)을 대신해 소형 마네킹이 들려 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피해를 우려해 김수철이 학교에서 A양을 납치하는 장면 재연은 이른 새벽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수철은 학교에서 5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 인근 골목에서부터 A양을 끌고 가는 모습을 재연했다. 김수철은 양손으로 마네킹을 잡고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걸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끄트머리에 있는 자신의 단칸방에 도착한 뒤에는 열쇠로 문을 열고 마네킹부터 어깨를 밀어 넣은 뒤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김수철은 방안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묶어 놓고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6.6㎡ 남짓한 김수철의 방에는 먹다 남은 쌀과 라면, 텔레비전 등 집기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김수철은 심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 범행이 탄로 날 줄도 몰랐느냐는 질문에는 “인력시장에서 공짜 술을 얻어 마셨다”며 “술이 웬수다”고 답했다. A양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잠시 뜸을 들인 뒤 “지금 심정은 너무도 괴롭고 죽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수철은 범행 뒤 자살을 기도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수철은 “수면제를 챙겨 밖으로 나갔고…부산에 가서 모텔 같은 곳에서 자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수철은 다른 초등학교에 가서도 범행을 시도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A양을 만나기 직전 다른 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으려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학생은 도망갔고…”라고 말해 제2의 범행기도를 시인했다.
현장검증은 방안에서의 범행 재연을 마지막으로 오전 8시쯤 끝났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마을 주민 수백명이 출근길을 늦추고 김수철을 보러 거리로 나왔다. 주민들은 “네가 어떻게 우리 동네 사람이냐” “저놈 모자를 벗겨라,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심판해야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김수철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김모(19)양은 “이 골목은 가로등도 없는데…올라갈 때마다 무서울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한편 경찰은 “김수철이 PC방에서 만나 동거하던 10대 여성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김수철에게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수철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2개월간 이 여성과 함께 살면서 매번 2만원씩을 주고 30여 차례 성매수를 했다. 경찰은 김수철의 여죄 조사를 마무리하고 16일 오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