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마라도나가 아르헨 최대 약점이었네
입력 2010-06-15 17:51
오른팔에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을 문신으로 새긴 남자. 쿠바의 카스트로를 좋아하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에 참여했던 대표적인 반패권주의자. 그는 바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이자 현 국가대표팀 감독인 디에고 마라도나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그는 선수시절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적 패권을 쥔 북부 지역의 명문팀들 대신 가난한 남부의 나폴리를 선택해 뛰었다. 또 북이탈리아에 대한 반감도 공공연히 드러냈다.
개인의 정치관과 사상은 자유다. 문제는 이런 점이 공적인 영역인 축구 대표팀 구성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마라도나는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이탈리아리그 우승팀인 인터밀란의 주전 에스테반 캄비아소와 하비에르 자네티를 대표팀에서 배제했다. 이들은 지난 월드컵에서 대표팀으로 뛰었던 베테랑으로 기량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인터밀란의 주포 디에고 밀리토마저도 대표팀 구성 막판에서야 겨우 승선했다. 이해할 수 없는 대표팀 구성엔 그의 뿌리 깊은 북이탈리아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밀란은 이름처럼 이탈리아 북부의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가 연고지다.
마라도나는 또 특급 플레이메이커 후안 리켈메를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들 대신 선발된 선수들이 월등히 잘하는 것도 아니다. 자네티 자리에 기용된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중앙 수비 쪽으로 간격을 좁히다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옐로카드도 받았다.
리켈메를 대신해 중원을 책임진 후안 베론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베론을 대체할 것으로 거론되는 선수는 남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연고지로 한 US팔레르모 소속 하비에르 파스토레. 89년생으로 이번 월드컵이 첫 출전인 파스토레가 뛰어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경험과 안정감에선 캄비아소나 리켈메에 못 미친다.
우리 대표팀으로선 마라도나의 제멋대로 선수 선발로 생긴 약점을 잘 파고들 일만 남았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