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금융 회장 인선, 국민이 납득하겠나
입력 2010-06-15 21:11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결국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낙점됐다. 언론과 금융권에서 예상했던 대로다. 그 뻔한 결론을 내리려고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는가.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어제 어 위원장을 비롯한 후보 3명에 대한 면접을 마치고 어씨를 최종후보자로 결정했다. 회추위는 총 45명의 응모자 가운데 몇 차례 압축과정을 거쳐 어 위원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 등 4명을 면접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김 전 차관은 며칠 전 면접을 포기했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가 어 위원장을 일찌감치 낙점해 놓았으며 공모제는 모양새 갖추기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어씨는 정권초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에 올랐으나 부인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하차했고, 지난 3월에는 한국은행 총재에 도전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밀렸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친분을 고려할 때 결국은 한 자리 차지할 것이라는 짐작과 분석이 많았다.
KB금융지주는 국내 최대 국민은행의 모회사로, 회장은 산하 9개 계열사 인사권과 경영권을 가진 막강한 자리다. 여기에 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내려와 앉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갖고 인적쇄신을 약속한 게 바로 엊그제다. 이런 식의 인사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켜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장관급인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나 현직 공기업 사장이 기를 쓰고 KB금융 회장을 하려는 이유는 고액 연봉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KB금융 회장은 10억∼20억원의 연봉에다 업무추진비는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매제인 이철휘 사장이 끝까지 욕심을 부려 청와대 인사팀이 곤혹스러워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서민들이 들으면 억장이 무너질 이야기가 아닌가.